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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PC게임/게임잡담

스피릿위시는 왜 망겜이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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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연말에 사전예약을 시행하여 2019년 1월 16일 정식오픈을 시작한 넥슨의 따끈한 '기대작 이었던' 스피릿위시. 스피릿위스는 오픈전 CBT시절부터 라그나로크에서 트리오브세이비어까지 이어지는 깔끔한 2D감성을 녹여낸 작품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기대를 받았다. 오픈한날, 저녁부터 밤까지 이 게임 접속해보려고 핸드폰을 불태웠던 기억이난다. 그 이후로 1주일간 즐기다가 빠르게 손절했다.

 

새해맞이 글은 써야겠고, 쓸거리는 없고, 마침 스피릿위시 1주년이 가까워지는 김에 이에 관한 잡담을 늘어놓아보려고한다. (현재 1주년을 맞이하는데도 불구하고 스피릿위시의 분위기는 좋지 않은 모양이다.)

 

 

아기자기한 그래픽이 전부인 게임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자 유일한 장점은 그래픽이다. 깔끔하고 동화같은 게임디자인, 그리고 60 프레임까지 지원함으로서 마치 온라인게임을 하는듯 부드러운 움직임들까지. 비주얼적으로는 뭐하나 빼놓을게 없는 게임이지만 이게 전부였다. 정말이지 이게 전부다.

 

스피릿위시는 김세용 대표가 총괄한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분으로 말할거같으면 악튜러스, 라그나로크, 그리고 트리오브세이비어까지 이어지는 감성을 모바일에 옮겨왔다. 하지만 비주얼만 그럴듯할뿐, 속은 여타 양산형 게임과 별다를바가 없었다. 17년전 게임인 악튜러스보다 게임성이 훨씬 퇴보했다. (갑자기 악튜러스 마렵네;)

 

모바일 시장에서 양산형이 무더기로 쏟아지고있는 가운데, 유저들은 넥슨이라는 게임회사에(실 제작은 네온스튜디오), 그리고 라그나로크를 연상케하는 외모에 '이건 다르겠지'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었을지 모른다. 나 역시 그랬고, 하지만 썩어문들어진 속을 보자마자 그 일말의 희망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그정도로 실망감이 무지컸다.

 

 

노가다의 무간도

내가 제일 경악했던건 무한 퀘스트의 반복이었다. 같은 맵에서 구역만 옮겨가며 몬스터를 잡는건데 이 숫자가 굉장히 괴랄하다. 

 

챕터 1  <모험가의 마을>에서 잡아야하는 몬스터는 총 65마리로 무난하다.

 

그러면 내가 학을 떼었던 <종결의 열쇠> 부분이다. 소금광산 측량 퀘스트를 진행하는 구간으로 이전 파트인 알루에 호수의 코발트 사냥따위와는 비교도 안된다.

 

일단 소금광장 1층에서 잡아야할 몬스터는 685마리다. 2층에서는 1050마리를 잡아야한다. 3층에서도 마찬가지로 1050마리를 잡아야한다. 이 구간에서만 총 2,785마리의 몬스터를 처치해야한다. 퀘스트 구성이 이렇다. 대놓고 자동사냥, 오프라인모드를 과금하라고 짜여진것같은 의심이 든다.

 

물론 퀘스트는 모든 RPG게임의 뼈대라고 할수있다. 하지만 여타 게임들은 그 과정에서 일말의 보상을 보장한다 그러나 스피릿위시에서는 그런 재미조차 희박하다. 수집과 육성을 모토로하는 게임들이 많이 나오는만큼 여럿 게임들이 개성있고 더 많은 캐릭터들을 내세워 게임을 홍보한다.

 

하지만 스피릿위시의 기본 캐릭터는 단 세개다. 그것도 RPG의 정석이라고 할수있는 탱딜힐의 조합. 이 세개의 캐릭터를 같이 육성할 수 있다는건 결국 덱을 조합할 수 있다는거고 그렇다면 당연히 수집 컨텐츠도 뒤따라오게 된다는 것. 그러나 스피릿위시의 수집컨텐츠는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일단 스피릿위시는 기본 3개의 캐릭터가 주어진다. 추천팀이라지만 사실 이것말곤 선택지가 없다.

 

그뒤 다른 캐릭터를 영입하기 위한 퀘스트들. 다른 게임들이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일정 확률로 얻거나 또는 진행하면서 얻은 보상을 통해 가챠를하는 방식이었다면, 스피릿위시는 적지않은 캐릭터들을 퀘스트들로 영입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시피 극악의 난이도이다.

 

저 영입 퀘스트 1부터 8까지 각각 수백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해야한다. 대놓고 자동 + 오프라인 사냥모드 지르라는 소리밖에 안된다. 스피릿위시는 발열문제도 있다. 나는 아이패드 미니로 즐겼는데도 불구하고 1시간정도되니 폰이 뜨끈뜨끈해진다. 이쯤되니 내 캐릭터들이 저 무간도에서 뒹구는 모습을 감상하는건 포기해야했다.

 

애초에 게임을 할때 가장 중요한건 동기부여이다. 방치형이든 아니든간에. 스피릿위시는 3개의 캐릭터로 이루어진 파티를 이용하는 시스템으로 나름 덱조합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하면 유저들로 하여금 수집욕구를 자극할 수 있었지만 그 욕구조차 억누르는 미친 노가다와 극단적 과금유도를 본 유저들은 없던 정도 떨어질만했다. 

 

 

극단적 Pay to win 게임

이 게임의 화폐는 무려 3개다. 블루/레드/퍼플 다이아이다. 그중 퍼플다이아는 블루다이아로 구매하는 일명 이중구매 화폐로, 거래소에서만 사용가능하다. 한마디로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재화가 아닌, 과금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재화로 거래소를 이용해야하며 따라서 무과금유저는 거래소에서 아이템 구매가 불가능하다. 판매는 할수있기에 '득템하면 되는거아니야?'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 거래가능한 아이템조차 다이아로 가챠해서 얻은 아이템에 한정되었었다. 논외로 여타 아이템들은 클래스별로 공유하지 않고 각 캐릭터별로 나누어져있기때문에 파밍 난이도, 가챠 난이도가 상당하다. 또 장비도 부위별로 머리, 허리, 손목, 갑옷, 바지, 신발, 악세사리로 나뉘어져있는 부분도 한몫한다. 

 

무쪼록 거래소 컨텐츠로 나름 하드유저들을 노린것같지만 결과는 실패적이었다. 오히려 다른 과금요소들과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스피릿위시 = 돈지랄 흑우게임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한몫했다. 게다가 시세조작같은 문제들까지 일으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미친 발열로 핸드폰 조지기 싫으면 프리미엄 구독은 필수..

거래소 이용부터 기본적인 프리미엄 서비스까지, 사실상 게임 진행과 육성을 위해 소액이라 할지언정 과금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웠다. 하고싶은 마음에 돈 몇푼 못지르냐 할수있지만 대다수의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유저들에게 기본적인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더 빠른 육성과 게임 진행을 위해 과금을 유도한다. 하지만 이 게임은 대놓고 초반부터 엄청난 과금을 유도했다.

 

요즘은 덜한거같지만 예전에 캐릭터카드 하나에 5만원에 팔던 시절도 있었다. 그야말로 모바일 게임 흑우들 잡아서 한번 거하게 뽑아먹으려고했지만 도를 넘은 노골적인 과금유도는 오히려 잠재적 하드유저들마저도 몰아낸 격이 되어버렸다. 앱스토어 평점 2.3점, 플레이스토어 평점 2.9점을 기록하고있으니 말다했다. 

 

오히려 기본적으로 오프라인모드를 지원하면서 프리미엄의 경우 오프라인 보상 효율을 높여주고 드랍률울 향상시켜준다거나 하는 쪽이었으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물론 이부분에서는 과금효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게 아니다. 스피릿위시는 초반부터 나름 과금효율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되어왔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에픽세븐과 비교하면 나름 혜자게임이었다. 하지만 보다시피 보는게 전부이고 메인퀘스트이던 영입퀘스트이든 몬스터 몇백, 몇천마리 때려잡는게 설계하는등, 부분유료화게임에서 과금이 선택이 아닌 거의 필수수준으로 유저를 몰아갔다는건 문제이다.

 

결과적으로 몇푼 안되는 돈이지만 처음 접한 유저들에게 거부감을 일으켰으니 말이다. 

 

 

보는맛, 성장하는 맛이 없는 게임

2D디자인 이쁘고 배경 이쁘고 하면 뭐하나. 그게 다이다. 게임 패턴도 빠른 편이 아니고, 타격감이 뛰어나고 그걸 기반으로 몹을 썰어가면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게임도 아니다. 오프라인모드로 육성을 한다고해도 막상 폰을 잡고서 해야할건 많지도 않을 뿐더러 그다지 큰 감흥이 있는 컨텐츠들이 아니다. 레이드도 그렇고 PVP도 그렇고. 다른 게임처럼 나름 화려한 이펙트로 스킬 난무하면서 내 캐릭터가 쎄졌구나 느낄수있는 게임도 아니다.

 

성장 자체도 위에 적어놨다시피 엄청난 노가다를 요구한다. 노전수하나 영입하려고 수천마리의 몬스터를 미친듯이 잡아도 레벨 20대 중반즘? 되었던걸로 기억한다. RPG게임의 묘미는 곧 성장하는 맛인데 그 맛조차 느끼기가 힘들다. 레벨업도 힘들어, 심지어 득템도 힘들어, 게다가 덱구성이 중요한 게임에서 덱 조합을 위한 캐릭터 얻기 위해선 현질or 개노가다 뿐이니, 여러모로 게임의 재미가 여실히 떨어질수밖에. 

 

 

라그나로크 탈을 쓴 리니지

스피릿위시는 라그나로크의 감성을 입힌 아재게임이라고 할수있다. 사실 대부분의 유저들이 스피릿위시에서 풍기는 특유의 분위기에 끌려 왔지만 그와 전혀 상반되는 극단적인 2000년대 초중반 겜창아재감성의 극노가다 RPG게임이니 유저들이 순식간에 떨어져나갈 수 밖에 없었다. 

 

현재는 공식카페에서도 거의 세기말 분위기이며, 디시 마이너갤러리에서의 글리젠률은 정말 암담할정도. 이미 지난해 3월~4월을 거치면서 망겜무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그 망겜무새조차 없을 정도로 게임 분위기는 좋지 않다.

 

게임만 잘 설계했다면 두툼한 매니아층으로 오래오래 뽑아먹을 수 있었을텐데, 참 여러모로 아쉬운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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